본문 바로가기

글로벌미술시장/2019

'대형 부의 이동(Great Wealth Transfer)’는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형 부의 이동(Great Wealth Transfer)’는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각주:1]




1

지난 2019,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를 포함한 많은 매체들이 지금부터 오는 2030년까지, 20여 년 사이 이루어질대형 부의 이동에 대해 논하기 시작했다. ‘대형 부의 이동이란 세계 최고의 부자들이 지닌 15조 달러 이상의 엄청난 자산이 다음 세대(주로밀레니얼(millennial)’들로 불리는 80년대 후반 이후 출생자들)에게로 상속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리라고 예상된다. 이를 통해 2030년 이전까지 미국에서만 약 618,000인의 젊은이들이 새로운 백만장자로 거듭나리라고 예상된다.[각주:2]


이번 연구는 전 세계 0.1퍼센트의 부유층이자, 5백만 달러 이상을 소유한 자산가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었으며, 연구를 진행한 리서치 및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인 웰스-X(Wealth-X)의 책임자인 매인 샤번(Maeen Shaban)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수의 부자들이 존재하는 지금, 이 대규모 자산 상속은 인류의 역사에서 유래를 살펴보기 어려운 자산 이동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대에 미국에서만 8.8조 달러 이상의 자산이 다음 세대에게 상속된다. 현 자산의 소유자는 대부분베이비부머(baby boomer)’ 시대에 태어난 이들로, 이들은 현재 60대 중반이며 자신들의 40-50대 자녀인 X세대(Generation X), 또는 현재 20대 중반에서 30대인밀레니얼들에게 자산을 상속하게 될 것이다. 이 자산의 대부분은 주식, 채권이나 신탁 자금 등의 자본이며 비물질적 자산, 다시 말해 부동산이나 미술품 등의열정 투자(investments of passion)’ 가치의 대상은 1.9조 달러로, 전체 상속재산의 20퍼센트가량을 차지한다. 





2

뉴욕에 위치한 미술품 구매 어드바이징 전문업체인 미술품 신탁 어드바이저(Art Fiduciary Advisors)의 대표 더그 우드험(Doug Woodham)은 현재 고가 미술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컬렉터들 중에는 1940년대 이후에 태어난 이들이 많고, 이들은운과 좋은 취향의 결합으로”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그 가격이 계속 상승했던 작품들을 구입할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따라서 우드험이 보기에 부의 이동이 이루어지는향후 20여 년 간, 시장에는 굉장히 좋은 컬렉션들이 출품될 가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대를 사는 30, 40대의 부유층들이 그토록 높은 금액의 미술품을 구입하려고 할지는 미지수이다. 특히 디지털 문화에 매우 익숙한 젊은 부자들은 소유하는 것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성향으로 매우 잘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 의하면 현재 70세 이상의 부유층이 가장 즐기는 취미 및 관심사 6가지 중에는 미술품이 포함되어 있지만, 70세 이하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미술품을 찾아볼 수 없다. 그런가 하면 50세 이하의 젊은 부유층은 스포츠, 기술, 자선 등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크리스티 미국 지사의 대표인 마크 포터(Marc Porter)는 지금 미술품시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자신의 가능영역을 넓혀 가는 것은 60대 이상의 부자들이라고 밝혔다. 포터에 따르면 이들은 그들의 부모세대가 수집하였던 전후시대 이후의 미술품을 적극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행 프라이빗 뱅크(Bank of America Private Bank)의 전문가인 드류 왓슨(Drew Watson)문화적 지식과 미적 향유(connoisseurship and aesthetic appreciation)”을 주요하게 여겼던 베이비부머 이전 세대의 수집가들과미술의 자산적 가치에 더욱 민감한젊은 세대 사이의 미술품수집에는 매우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보았다. ‘부머세대들은 비물질적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부터 자신들이 수집한 미술품을 공공 또는 사적 박물관에 기부하고자 하는 욕망을 지니고 있다. 문화와 사회에 대한 관심(그리고 감세에 대한 관심까지) 이외에도 이들은 자신이 가진 가장 가치있는 작품은 옥션에 내놓지 않으려는 성향을 지닌 것으로 보인다. 우드험은 서구미술의 최고라 할 수 있을 이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2등급 제품들이 이들의 컬렉션의 주를 이룬다고 분석하며, 이 작품들은 시간이 지나면 값어치가 떨어지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미술품은 취향의 변화에 따라 그 가치값의 변등폭이 매우 큰 자산이기도 하다.


인상주의를 예로 들어보자. 1980년대 후반 미술품의 붐이 일어나면서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의 가격은 급등하였다. 2019 5, 소더비 경매에서 모네의 작품이 110백만 달러(한화 약 1,306 2,500만 원)[각주:3]에 판매되면서 기록을 갱신하였지만, 같은 해 11, 소더비 경매에 처음 출품된 알프레드 시슬리의 두 풍경화는 고작 1백만 달러(한화 약 11 8,750만 원)에 판매되었다. 미술품시장 정보회사인 아트넷에 따르면 약 30여 년 전인 1990년대, 시슬리의 작품은 1.5백만 달러(한화 약 17 8,125만 원)에 판매되곤 하였다. 취향의 변화는 앤디 워홀 작품의 거래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2017, 미술품 경매시장에서 거래된 가장 비싼 미국작가 자리를 바스키아가 가로챘고, 이 기록은 2018년에도 유지되었다. 앤디 워홀의 <마릴린(Marilyn)> 50백만 달러(한화 약 593 7,500만 원)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분석되며, 2020년 개최될해리와 린다 맥로브(Harry and Linda Macklowe)’ 부부의 이혼에 따른 컬렉션 경매에 출품될 예정으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3

그러나 과연 길게 보았을 때 이 작품이 지금까지 유지해왔던 가치를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시 말해 신기술에 익숙한 30대의 부유층이 엘비스 프레즐리나 엘리자베스 테일러, 그리고 마릴린 먼로에게 대단한 관심을 갖겠느냐 하는 것이다. 우드험은 동시대의 젊은 수집가가 사고자 하는 미술품에 대해서 설명하며예술가이자, 사회정의와 환경 이슈에 민감한 운동가의 작품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과연 이미 오래전에 사망한 백인 남성 아방가르드 미술가를 위한 시장이 얼마나 클 것인가 하는 질문은 곧 다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2020 4,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는 석유재벌 상속인이자, 열렬한 미술 후원가였던 제인 라이츠먼(Jayne Wrightsman)의 개인 컬렉션 경매에서 부의 이동과 그에 수반하는 취향의 변화를 더욱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마르텡 카를랑(Martin Carlin)이 루이 14세의 사촌을 위해 만든 커피잔 등 18세기 프랑스의 궁정 취향에서부터 맨해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 저택을 꾸미던 미술품들이 대거 출품될 것이다. 제럴드 라이트링거(Gerald Reitlinger)는 자신의 1963년 저서 『취향의 경제학(The Economics of Taste)』에서 1937년에는 초부유층 사이에 18세기 프랑스 가구가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였고, 카를랑의 테이블은 8,000파운드(현재 가치 7십만 달러)에 팔린 반면, 피카소의 정물화는 105파운드에 거래되는 일에도 실패했다는 에피소드를 소개한 바 있다.


이 레포트에 따르면부와 부유층의 근본적인 구성과 성향이 변화하면서 당연 미술계와 같은 외부 환경 또한 변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새로운 부자들이 과연 자신들의 돈을 어떻게 쓸 것인가의 문제가 미술에 있어 주요한 질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1.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 소르본 4대학 재학). 이 소식의 출처는 Scott Reyburn, ‘A ‘Great Wealth Transfer’ Is Coming. What Will It Mean for Art?’, 「New York Times」, 2019.12.18. https://www.nytimes.com/2019/12/18/arts/design/great-wealth-transfer-art.html?searchResultPosition=2 [본문으로]
  2. 대형 부의 이동’ 현상에 대해서는 2019년 자산관리 분석 전문업체인 ‘웰스-X(Wealth-X)’가 발표한 다음의 레포트 ‘A Generational Shift: Family Wealth Transfer Report 2019’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 https://www.wealthx.com/report/wealth-transfer-report-2019/ [본문으로]
  3. 한화는 2019년 5월 14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