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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미술시장/2020

민영미술관인지 화랑인지, 바보처럼 구별하지 못하는가?

민영미술관인지 화랑인지, 바보처럼 구별하지 못하는가? (营美术馆or画廊傻傻分不?)[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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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영 자본이 점점 더 예술 영역에 유입되면서 기업 소유의 또는 개인 컬렉터의 민영 미술관이 대량으로 출현하고 뒤이어 미술관 건립 열풍이 불었는데, 이는 중국 미술산업에 있어서 가장 중대한 구조적 변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관 건립 열풍이 무질서하게 불었기 때문에, 어떤 수준의 전시회를 개최하는 곳이 진정한 미술관인지, 어떠한 예술 조직 기구가 뮤지엄(미술관 또는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있는지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미술관이 어떻게 자신의 위상과 기조를 유지하는지, 어떻게 우수한 품질의 예술적 내용을 선보이고 보급하는지, 현재와 같은 경제 침체기에 대중의 예술품에 대한 주목도가 더욱 떨어지고 있는 환경 속에서 미술관들은 어떻게 활동을 계속해 나갈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상하이 롱미술관 서안점 전경



화랑과 민영미술관은 어떻게 구분되는가


우리는 먼저 화랑과 미술관 사이의 일종의 미묘하고도 상호 전환 가능한 관계에 대해 알아보아야 한다. 영문 어휘에 대응하는 중문 단어를 따져보면, ‘Museum’에 대응하는 중국어는 미술관 또는 박물관이고, ‘Gallery’에 대응하는 말은 화랑이다. 그러나 영문의 언어적 환경에서는 많은 경우 ‘Gallery’가 미술관이나 비영리 예술기관을 지칭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구겐하임미술관은 창건될 당시에는 Solomon R. Guggenheim의 화랑이었고, 창립자가 미술사나 미술 컬렉팅에 뜻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 미술관으로 운영방식을 전환한 것이다. 중국에서 미술관이라는 단어가 가리키는 바는 어떤 직능을 수행하는 기관이기만 한 것아 아니라, 그것이 마치 단어를 수식하는 하나의 성분인 것처럼 남용되거나 규범에 맞지 않게 쓰이는 사례가 많다.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붙인 기구들이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화랑과 같은 예술 경영성 기구이거나 심지어는 미술관과 전혀 무관한 기관조차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미술관과 화랑 모두 전시회를 개최하는 장소인데 전시회라는 측면에서 보면 둘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대중이 받는 인상 속에서 양자는 쉽게 헷갈린다. 실제로 화랑은 그 정의를 따져보면 명확한 목표가 있는 기관이다. 첫째, 자신과 제휴 협력할 예술가 또는 작품을 선정한다. 둘째, 그 예술가 또는 작품을 홍보한다. 셋째, 컬렉터가 원하는 미술사적 논리와 가치관을 전달, 제공한다. 이 세가지 목표는 각각 화랑이 갖춰야 할 세 가지 핵심 요소를 가리키기도 한다. 판단력, 기능성 그리고 가치관이다.


그러나 미술관은 하드웨어의 조건에 있어서 고정된 장소, 고정된 컬렉션, 전문 관리인, 비영리성의 표명 등을 필요로 한다. 법인이 미술관을 세우고 소장품이 일단 미술관으로 들어가고 나면, 그것은 더이상 개인의 것이 아닌 사회의 것이 된다. 하나의 미술관이 좋은지 나쁜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관건은 그의 소장품이다. 미술관이라면 당연히 소장품이 있어야 하고 연구활동과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하며 컬렉션과 관련된 전시회를 열어야 한다. 그러나 국내의 적지 않은 민영미술관이 실제로 운영에 있어서 적합한 기준과 규범을 지키지 않거나 미술관이라는 명패를 내걸고 화랑처럼 행동하고 있다.



미술관의 이름을 걸고 화랑의 노릇을 하다


현재 미술계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혼란한 문제들은 적지 않은 업계 내 평론가나 큐레이터를 분노하게 하고 있다. 작품의 품질이 보장되지 못하고, 전시회의 주제 또한 불분명하며 문제의식이 결여되는 등의 문제가 특히 비판의 대상이 된다. 예를 들어 최근 베이징의 송미술관(松美术馆)은 《2020》이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어 20개 중국 화랑과 관계된 20명 미술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소형 아트페어와도 같았다. 어떤 평론가는 이 전시회가 큐레이터의 개입이 거의 없는 듯하다고 평했는데 왜냐하면 전시가 명확한 학술적 주제를 드러내지 못했고 참여 미술가들의 작품 선정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 작품의 수준이 고르지 못해 미술관에서 선정한 작품들이라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떤 인터넷 유저들은 이렇게 탄식했다.

 화랑에서는 티켓을 구입하지 않고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왜 미술관에서 고가의 티켓을 구입하고 감상해야 한단 말인가? 이 미술관이 정말 예전에는 국제적 대형전시회를 열었던 미술관이란 말인가?”

  송미술관의 이전 전시와 비교되면서 이번 전시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렇다면 중국의 일부 화랑들은 왜 미술관 전시에 그토록 참여하고 싶어하는가? 이는 화랑과 미술관이 미술시장의 상태에서의 입지 차이에 관련된 문제이다. 화랑 또한 학술적 가치를 중시할 수 있지만 이들은 상업성에 더 치중해 있다. 그러나 미술관은 학술 방면에서 응당 더욱 순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미술관은 자신들이 개최하는 전시를 통해 그에 참여하는 예술가와 작품에 금을 입히는 도금 효과를 낸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학술적 가치와 실제적 가치의 높고 낮음을 따지기 위해서는 화랑이나 미술관이 어떠한 운영 기조와 이념을 지니고 있는지를 잘 알아보아야 한다.


최근 중국의 적지 않은 화랑들이 미술관보다도 더욱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다. 예를 들면 상하이의 일부 컨템포러리 작가 중 특히 미술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작가들 다수가 香格(ShanghARTGallery)와 계약관계에 있거나 그들의 전시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이는 ShanghARTGallery의 뛰어난 판단력을 증명하는 성과인데, 어떤 미술관들은 이러한 성과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중국의 미술계 생태에서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화랑처럼 운영되는 기관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술구 안에 위치하면서 그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미술관 대부분이 사실은 화랑이다. 예를 들면 798 예술구 안에서 미술관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는 곳들은 미술관의 역할을 하는 곳이 아니라 실제로는 화랑의 범주 안에 드는 공간들이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민영미술관이 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자금의 부족 또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민영미술관이 당면한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이다. 특히 동액면세(미술관에 예술품을 기증한 경우 미술관과 기증 기업 또는 조직 모두가 면세의 혜택을 받는 것)’와 같은 정책이 아직 완비되지 않았고 금융 위기의 여파가 지속되고 있는 현재와 같은 때에, 유효 사회 자금을 미술계로 끌어들이려는 주도적 노력이나 적극성을 찾아보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미술관과 화랑의 수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그들을 받아들일 만한 충분한 문화적 토양과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미술관이 연구, 컬렉팅, 교육 등의 부대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생존을 위해 전시장 대여, 작품 판매 등의 활동만 계속하여 미술관의 역할이 화랑의 역할과 유사하게 되어버린다면 그것은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손실일 것이다.


당연하게도, 유명무실한 미술관을 향해 비난만 계속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이들 존재의 합리적 이유를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다수의 공립미술관들도 전시장 대여 등을 통하지 않고서는 생존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미술관 운영이 어려운 지금과 같은 때에 민영미술관과 상업화랑이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규범에 어긋나는 일을 할 때도 있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지금 중국 미술계에 부족한 것은 이름뿐인 미술관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수준 높은 미술관이다. 중국 미술계에 필요한 것은 미술관 소장품 체계 수립에 대한 연구, 공공 교육, 문화 정책의 제정, 나아가 미술사 서술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우수한 미술관인 것이다. 미술관이 화랑과 제휴관계를 맺을 때에는 신중해야 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는 경솔함이 없어야 한다. 자신의 이념과 위상을 일관되게 지키면서 발전해야만 미술관의 높은 수준이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1. 이 보고서는 중국 미술품 경매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김새미(베이징사범대학 철학학원 미학전공 박사과정). 武文龙, ' 民营美术馆or画廊,傻傻分不清?’, 「艺术市场」, 2020. 6. 25. https://news.artron.net/20200526/n1077708.html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