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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술시장/2020

현장 경매를 미루고 온라인으로 향하는 옥션사들

현장 경매를 미루고 온라인으로 향하는 옥션사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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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 13일에 열리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소더비의 뉴욕 경매에 출품될 작품들 중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로부터 영감을 받은 세폭 재단화(Triptych Inspired by the Oresteia of Aeschylus)>(1981)였다. 이 작품의 추정가는 60백만 달러(한화 약 730 2,000만 원)[각주:2]에 이르렀다. 그러나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라 5월 현장 경매 진행이 어려워 보이는 상황에서 소더비 측이 향후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서, 온라인 경매 전환, 크리스티나 필립스 경매와 같이 6월로 연기, 올해 5월 뉴욕 경매 전체 취소 등의 다양한 추측이 떠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비드-19와 전 세계적 이동제한 및 금지 조치가 향후 미술품 시장의 외관 전체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소더비의 순수미술 분야의 총괄책임자인 에이미 카펠라초(Amy Cappellazzo)는 인터뷰를 통해현재 소더비는 고객들에게 온라인 경매가 어떤 경험으로 다가갈지 진지하게 고려 중이며, 현재 미술품 시장을 비롯해 많은 산업의 기본적인 형태가라이브 스트리밍(생중계)에 가까운 것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있는데, 이와 관련된 변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하며 경매 형태의 변화가 이미 진행 중임을 시사하였다. 미술품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전염병 위기가 이미 변화를 준비 중이던 것을 더욱 부추겼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이 변화란 프라이빗 경매와 온라인 판매의 확대, 비용이 많이 들고 과정이 복잡한 인쇄 카탈로그 발행 부수를 현저히 줄이고 더욱 젊고, 전통에 연연하지 않는 고객층을 확보하는 것 등을 의미한다. 아트 바젤과 UBS 아트마켓 연간 레포트의 발행인이자 미술품 경제학자인 클레어 맥앤드류(Clare McAndrew) 역시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변화하고 적응하며 또한 혁신하는 자들이 앞서 나가게 될 것이다"

라고 말하며온라인 시장으로 나아가는 자들이 승리자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매사들은 구체적인 향후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현재의 상황에 적응하고자 애를 써왔다. 이들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결정은 연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봄 경매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관한 것이다. 2019년 5월, 소더비, 크리스티, 필립스의 경매가 진행된 5일 간 이들 3사에서는 약 2,000백만 달러(한화 약 2조 4,340억 원)의 미술품이 거래되었다. 현재 크리스티와 필립스는 뉴욕 인상파 미술품 경매, 현대 및 동시대 미술품 경매, 6월 런던 경매를 모두 모아 ‘20세기 미술품 경매'라는 타이틀 하에 6월 말, 일주일 동안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홍콩 경매의 경우, 개최를 7월로 미뤄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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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온라인 경매가 현장 경매를 대체할 수 있을지에 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많다. 현재까지 온라인 경매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작품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왔으며, 따라서 온라인 경매가 빠른 시간 내에 현장 경매와 같은 위상을 지니게 되리라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전반적이다. 전염병과 온라인 경매로의 전환은 미술품 경매시장의 또 다른 현안인 부동산의 문제를 상기시킨다. “과연 현대사회에서 미술품 경매회사에 화려한 오피스와 대형 전시장 등 실제 동산이 필요한가”하는 질문이 계속해 제기되어 오고 있는 상황을 두고 클레어 맥앤드류는이것이 바로 미술품 시장이 온라인으로 옮겨 가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말하며 

온라인을 통한 미술품 구매는 컬렉터가 선호하는 방식은 아니다. 실제 현장 경매에서의 흥분과 생동하는 미술시장 및 미술계를 직접 경험하는 것을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온라인 판매를 통해서 경매사는 현장 이벤트 개최에 소요되는 엄청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 이를 이유로 경매사들이 온라인 판매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었음을 설명했다.


45월 판매 일부를 온라인 판매로 돌린 경매사들은 이미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하고 있는 중이다. 필립스는 3 4일에 온라인을 통해 개최한 20세기 및 동시대 미술 경매(20th century and contemporary art auction) 47개국에서의 참여자들을 불러모으며 기록적인 참여 수치를 올렸다고 밝혔다. 그리고 4월 판화 경매(print sales)에서는 출품작의 거의 반이 24시간 내에 입찰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3월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된 작품인 카우스(KAWS)의 작품가는 고작 35만 달러(한화 약 4 2,595만 원)에 불과했다.


3 1일부터 현재까지 약 1 3주 동안 소더비가 온라인으로 개최한 21개의 경매는 총 판매가 40.01백만 달러(한화 약 486 9,217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소더비 측은 이중 약 50퍼센트의 입찰이 지금까지 소더비와 거래한 적이 없었던 신규 고객이며, 또한 입찰의 50퍼센트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루어졌다고 말했다. 프랑스의 미술품 경매 기록 데이터베이스 업체인 아트프라이스(Artprice)의 설립자이자 총괄책임자인 티에리 에어만(Thierry Ehrmann)미술품 시장은 오랫동안 저항했지만 결국 디지털에 기회를 줄 수밖에 없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미술품 컬렉터로 활약해온 이들도, 현재 다른 옵션이 없는 상황에서 여차저차 온라인 시장에 적응해가고 있는 듯하다. 카펠라초는 

신기술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던 고객들이 온라인 시장으로 진입 중입니다. 손바닥에 땀이 흥건하도록 입찰을 시도하죠. 비디오 게임 같습니다

라고 말했다.


크리스티는 4월과 5월에 열리는 온라인 경매를 애초 9개에서 20개로 늘렸다. 크리스티 측은 이를 통해 총 20백만 달러(한화 약 243 4,000만 원)의 수입을 올리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크리스티의 총괄책임자인 기욤 세루티(Guillaume Cerutti) 

이 위기가 지금 온라인 시장에 매우 결정적인 순간으로 작용하는 겁니다"

라고 말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전자 상거래로의 전환은 부모 세대에 비해 무려 평균 6배는 더 많은 지출을 하는 부유한 밀레니얼 세대의 등장과 함께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미술품을 사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며, 아트 마켓 레포트에 따르면 부유한 밀레니얼 세대 중 92퍼센트가 이미 온라인 거래로 미술품을 구매해 본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러나 과연 온라인 판매가 수백 만 달러의 값어치를 지닌 작품들을 판매할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아직 답하기 어렵다. 전염병의 확산 이전, 5월 소더비 경매에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나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의 작품 등 수많은 전후 미국 미술품이 포함된 앤더슨(Anderson) 컬렉션이 출품될 예정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앤더슨 컬렉션의 전체 추정가는 55백만 달러(한화 약 669 3,500만 원)에 이르렀다. 그런가 하면 같은 경매에 출품될 예정이었던 맥클로위(Macklowe)의 컬렉션은 주요 작품에 대한 판매여부를 재검토하기로 결정했다.


컬렉터들이 수천 만 달러에 달하는 베이컨의 삼단제대화 같은 작품을 실견하지 않고 구입할지의 여부는 아직까지 불투명하다. 유명한 컬렉터이자 딜러인 애덤 린더만(Adam Lindermann)나는 온라인 거래의 팬은 아니다. 할 수 있다면 작품을 직접 보고 싶다"고 말했다.


소더비는 라즐로 모홀리-나기(László Moholy-Nagy)의 사진작업을 524,000달러(한화 약 6 4,138만 원)[각주:3], 이르마 스턴(Irma Stern) <Grape Packer> 531,309달러(한화 약 6 5,032만 원)[각주:4]에 판매하며 온라인 경매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아직 백만 달러가 넘는 작품들의 온라인 경매 거래 활성화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낙관하긴 이르다. 런던의 미술품 구매 자문업체인 파인 아트 그룹(Fine Art Group)의 가이 제닝스(Guy Jennings) 

지금과 같은 상황이 6개월에서 9개월까지 지속된다면, 고가 미술품들의 온라인 거래가 활성화되리라 생각한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형 경매사들에게는 아직 온라인 시장은 그들의 전체 시장에 아주 적은 부분에 불과하다.  2019, 전체 미술시장 거래액인 64,000백만 달러(한화 약 74 6,700 8,000만 원)[각주:5] 중 온라인으로 거래된 금액은 5,900백만 달러(한화 약 6 8,836 4,800만 원)[각주:6], 시장의 9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반면 매출이 1백만 달러 이하인 경매회사의 경우 온라인 거래액은 이들의 수입에 23퍼센트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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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전문가들이 온라인 경매가 실제 경매현장에서의 긴장과, 소더비, 크리스티나 필립스와 같은 대형 경매회사를 유지하는 데에 소요되는 수입을 충당할 수는 없을 거라고 말한다. 전 크리스티 경영진이자 딜러인 브렛 골비(Brett Gorvy) 

“경매 자체가 엄청난 드라마이다. 일종의 검투사 경기 같은 것이다. 상황이 개선되면 모두 곧장 현장 경매로 돌아갈 것이다"

라고 말하며 온라인 경매의 한계와 현장 경매의 대체 불가능성에 대해 언급하였다.


골비는 판매자들이 미술시장의 분위기와 현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현장 경매는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드문드문 열리는 프라이빗 세일을 통해서는 현 위기 상황에서 어떤 작품의 가격이 오르거나, 하락했는지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페어와 옥션이 열리지 않는 한 현재 시장의 상황을 공개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이벤트가 없다"

고 말하며 이로 인해 구매자들이 작품의 투자가치에 대해 파악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한 작품의 판매 일자를 늦추는 것은 단순히 날짜가 뒤로 미뤄졌다는 말이 아니라, 작품이 시장에 나올 시기와 조건이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판매자들에게는 판매를 재고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점이다. 경매회사들에게는 각 작품을 빠르게 판매해야 함과 동시에 가장 높은 가격에 판매할 시기를 새로이 찾아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전문가들은 6월에 현장경매를 개최할 수 있게 되더라도 전 세계적 경제 위축 분위기에 따라 아직까지는 컬렉터들이 높은 금액을 미술품 투자에 쓰고 싶지 않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1.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 소르본 4대학 재학). 이 소식의 출처는 Robin Pogrebin, Scott Reyburn and Zachary Small, ‘Auction Houses Postpone Live Sales and Pivot to Online’, 「New York Times」, 2020.4.19. https://www.nytimes.com/2020/04/19/arts/design/art-auction-houses-sales-coronavirus.html?searchResultPosition=1 [본문으로]
  2. 한화는 2020년 4월 17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3. 한화는 2020년 3월 31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4. 한화는 2020년 3월 31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5. 한화는 2019년 연평균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6. 한화는 2019년 연평균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