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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술시장/2020

‘미술품을 사고 팔려면 신분증을 가져오세요’.

'미술품을 사고 팔려면 신분증을 가져오세요'.

영국이 미술품 거래를 규제하기 시작한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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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 런던이 미술품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돈세탁과 같은 금융범죄, 그리고 테러리즘 자금 조달 등의 불법 행위를 막기 위해 새로운 규제조항을 도입하면서 미술품 딜러 등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 1 10일부로 실시되는 이 조항은 영국 내에서 이루어지는 10,000유로(한화 약 1,288만 원) 이상의 미술품 거래의 판매자, 구매자 등의 모든 거래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이들은 모두 조세국에 등록하여야 하며, 딜러나 경매인의 경우 거래 시작 이전에 본인을 실질적 소유자(ultimate beneficial owner)’로서 신고하여야 한다. 2019 12월에 영국 의회로부터 비준된 이 조항은 유럽연합의 권고제시안을 큰 수정 없이 따르고 있으며, 현재 유럽연합의 권고내용은 영국 뿐 아니라 많은 유럽 내 국가들이 도입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런던의 법률사무소인위더스(Withers)’의 케네스 뮐런(Kenneth Mullen)은 이와 같은 변화가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는 관습들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대한 변화라고 말한다. 그는 법률의 도입이신의성실의무(due diligence)를 근간에 두는 변화이며, 이로부터 미술시장과 산업이 보다 규제된 형태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국제 미술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어느 정도는 자신들을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배타적이며, 종종 비밀스러운 시장이다. 그러나 새로이 신설된 조항으로 인해 미술시장에서 거래를 성사시키려는 모든 참여자는 거래 과정에서 사진, 생년월일, 거주지 주소 등이 포함된 법적으로 유효한 신분증을 지참하여야 한다. 2019년에 아트 바젤과 UBS가 발표한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2018, 국제 미술시장에서는 67,400백만 달러(한화 약 75 2,184억 원)[각주:2]의 거래가 이루어졌다.[각주:3] 런던을 중심으로 영국은 2018, 국제 미술품 경매의 21퍼센트를 이루며 미국 다음으로 가장 큰 규모의 미술시장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시장에 새로운 규제체계가 미치게 될 영향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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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미술품 딜러 소사이어티(Society of London Art Dealers)’의 크리스토퍼 배티스콤브(Christopher Battiscombe)는 규제 도입의 첫 해인 올해와 내년까지는 런던 미술시장에게 힘든 시기가 될 거라고 보았다. 그는 런던이 세계 돈세탁의 중심지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이에 대한 정식적인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라며 규제 도입의 정당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런던의 로얄 유나이티드 서비스 인스티튜트(Royal United Services Institute)의 금융범죄 및 재정보증 센터 소속 전문가인 이자벨라 체이스(Isabella Chase) 지금까지는 런던에서 이루어지는 미술품 거래를 통해 얼마나 많은 금액이 금융범죄에 연루되었는지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런던에서 돈세탁과 관련된 문제가 빈번히 발생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 도시는 범죄와 부정부패를 저지르기에 딱 알맞는 관할권이라는 표현을 통해 현재까지의 런던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였다.


지금까지 고위직 인사들의 미술시장 내 부정부패와 관련된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엄격한 규제의 틀이 존재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영국 미술시장 내 금융범죄의 흔적을 조사하기는 어려웠다. 2018, 메이페어(Mayfair)에서 활동하는 딜러 매튜 그린(Matthew Green)은 피카소의 작품을 통해 9백만 달러(한화 약 100 4,400만 원)을 빼돌리려 했다는 내용으로 기소되었다. 그보다 2년 전인 2016년에는 말레이시아의 사업가인 조 로(Jho Low)가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에서 반 고흐, 피카소, 바스키아 등의 유명 작가의 작품을 구입하며 200백만 달러(한화 약 2,410억 원) 이상의 공공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기소되었다.[각주:4] 당시 그가 획득한 대부분의 작품이 뉴욕에서 구입한 것이었으나, 말레이시아 검찰에 의하면 2014, 조 로가 5750만 달러(한화 약 626 1,750만 원)에 모네의 <수련(Nympheas)>을 구입한 곳은 런던으로 밝혀졌다.[각주:5]


현재 도피 중으로 알려진 조 로의 경우에는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그러나 영국 내에서 활동하는 대부분의 미술품 딜러들의 경우, 자신의 신상정보를 밝히고 싶지 않아 하는 고객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률 실행으로 인해 영국의 갤러리들과 거래하는 것을 꺼려하는 미국, 또는 타 국가의 딜러, 미술품 구매 어드바이저들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더불어 전문가들은 거래 과정에서 신분을 밝히라는 규제가 미술시장 내에서 상대적으로 입지가 적거나, 규모가 작은 참여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런던과 뉴욕에 기반을 둔 미술품 딜러 업체인 에킨 맥클런(Eykyn Maclean)의 니콜라스 맥클런(Nicholas Maclean)한 딜러가 한 구매자만을 고객으로 둔 경우도 있다. 이 고객의 이름을 밝혀버리면 그보다 더 입지가 크고 잘 알려진 딜러가 그 고객을 앗아갈 가능성이 생겨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변화로 인해 경매회사와 딜러들에게 미칠 실질적인 영향력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메이페어에서 활동하는 갤러리스트인 알론 자카임(Alon Zakaim)매일 일이 30분씩 더 늘어나는 것이다"고 말하며, 당장 3월에 네덜란드에서 열릴 유럽 순수미술페어(TEFAF, The European Fine Art Fair)에 참여할 때 국내의 조항과 네덜란드의 조항을 어떻게 보완 적용시켜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구매자의 정보를 밝히는 것은 사생활 침해로 여겨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고객을 잃을 가능성에 놓이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산업 종사자로서의 고충을 표현하였다.







  1.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 소르본 4대학 재학). 이 소식의 출처는 Scott Reyburn, ‘Britain Moves to Regulate Its Art Trade. Bring Your ID. New legislation to combat money laundering and terrorism financing will require dealers and auctioneers to establish the identity of buyers and sellers.’, 「New York Times」, 2020.1.10. https://www.nytimes.com/2020/01/10/arts/design/uk-art-money-laundering.html?searchResultPosition=3 [본문으로]
  2. 한화는 2018년 12월 31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3. 해당 리포트는 다음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 https://www.artbasel.com/news/art-market-report [본문으로]
  4. 한화는 2016년 12월 30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5. 한화는 2014년 12월 31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