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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술시장/2019

미술품 경매를 통해 얻는 이익은 거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견고한 것이다 :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가을 경매 분석

미술품 경매를 통해 얻는 이익은 거품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견고한 것이다 :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가을 경매 분석[각주:1]




1.

지난 6, 3,700백만 달러(한화 약 43,9375천만 원)[각주:2]에 소더비를 인수한 미디어통신 기업 재벌인 파트릭 드라히(Patrick Drahi)는 지난 11, 처음으로 여타의 산업과는 다른 미술품 경매시장의 차별성을 실감했을 것이다. 이번 경매에서 눈여겨 볼 지점은 일단 인상파와 근대미술품(modern art)의 판매 가격이 지난 5월 경매에 비해 무려 40퍼센트나 하락했다는 점이다. 그런가 하면 동시대 미술품의 판매는 200.71백만 달러(한화 약 2,3412,822만 원)[각주:3] 에 이르렀다그러나 이 액수도 지난 봄 경매에 비해 28퍼센트 하락한 금액이다.


이렇듯 이번 가을 경매는 지난 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주었다. 미술품 경매시장의 변덕스러움에 대한 다른 일례를 들어보자. 지난 수요일(1112), 크리스티 경매에서는 에드 루샤(Ed Ruscha)1964년작 <Hurting the Word Radio #2>52.5백만 달러(한화 약 6108,375만 원)[각주:4]에 판매되었다. 반면 바로 다음 날, 소더비 경매에서 루샤의 작품이자 디자이너인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의 소장품이었던 <She Gets Angry At Him>는 판매가 이루어지지도 못했다. 결국 소더비는 다른 날, 이 작품을 다시 가져와 1.7백만 달러(한화 약 198,985만 원)[각주:5]에 판매하기는 했으나 이 가격은 경매전 최저추정가인 2백만 달러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었다.






2.

미술시장은 다른 시장과 비교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술품딜러인 헬리 나마드(Helly Nahmad)는 말한다. 여기서는 주식과 어음이 아니라 순수미술품을 팔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 가을 경매에는 특히 예상과 추측을 거부하고, 믿을 만 한 이득을 기대했던 이들을 놀라게 하는 미술시장의 특징이 잘 드러났다. 미술품경매 시즌은 지역의 정치상황과 고유한 유행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점철되어 있다. 컬렉터들은 자신이 지닌 작품 중에 최고 가치를 지닌 것에 기대를 걸곤 하지만, 동시에 구매자들은 전체 경매에 나온 최고의 작품에 돈을 지불하고자 한다. 이번 경매가 지난 경매에 비해 미미한 수익을 낸 까닭 중 하나는 근래 경매들에 자주 등장했던 상속유산 판매(estate sales)가 없었기 때문이다(상속유산 판매에서는 주로 유명하거나 값비싼 작품이 출품된다). 대신 이번에는 동시대미술의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이 높은 가격에 거래되었고, 이로부터 다수의 컬렉터들이 이득을 보았다.


어찌되었건 간에 지난 몇 년간 미술품 딜러, 컬렉터, 그리고 경매사들은 모두 미술품시장이 회복 중에 있다거나, 미술품시장이 지닌 탄력성에 대해 논하며 경매 주를 마감하곤 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의 대표이자 이사인 마크 글림쉐(Marc Glimcher)많은 사람들이 많은 회화작품에 많은 돈을 걸고 있다. 좋은 판매들이 이루어졌고 모두가 행복해한다고 경매 결과에 대해 회고했다.




3.

지난 달, 소더비의 새로운 최고 경영자로 찰스 F. 스튜어트(Charles F. Stewart)를 임명하는 등 급진적인 인사개편의 행보를 보인 드라히는 경매의 각종 절차를 간소화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특히 옥션 개최에 들이는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및 온라인시장를 강조하는 방식이 그 중 한 가능성으로 꼽히곤 하였다. 그러나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미술품시장에 적용하는 것은 비록 여러 번 시도된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유효성이 검증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미술품시장의 가장 독특한 점은 컬렉터들 사이의 사적인 관계, 전문성을 지닌 옥션 스페셜리스트들, 그리고 한 작품을 두고 즉석에서 응찰이 이루어지며, 예상치 못한 상황을 불러일으키는 즉석경매(live sale, 특히 이 판매 방식은 응찰자들 사이의 열기를 비롯하여, 당시의 분위기가 작품판매 성사여부와 가격을 결정짓는 큰 요소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짐)이다.


즉석 응찰 방식의 이와 같은 일종의 광적인성격은 지난 목요일 밤, 케리 제임스 마샬(Kerry James Marshall)<Vignette 19>(2014)를 두고 벌어진 소더비 경매에서도 확인되었다. 예상 최고가가 7.5백만 달러였던 이 작품은, 응찰과정에 작품을 두고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무려 2.5배 가량 높은 금액인 18.488백만 달러(한화 약 2164,020만 원)[각주:6]에 최종 거래되었다(그러나 마샬의 <Past Times>가 지난 해 21.115백만 달러(한화 약 2284,589만 원)[각주:7]에 거래되었다는 것을 상기해보면 그렇게 높은 금액은 아니다). 이 날, 마샬의 <Small Pin-Up>(2013)을 두고도 4인의 응찰자가 입찰에 응했고, 로스엔젤러스에서 활동하는 딜러인 스타브로스 메르호스(Stavros Merjos)가 예상최저가의 2배가 넘는 5.5백만 달러(한화 약 644,173만 원)[각주:8]에 작품을 구입하였다.


지난 해 뉴욕 현대미술관 모마(MoMA)’가 회고전을 열였던 찰스 화이트(Charles White, 1918 - 1979)의 작품도 예상치 못했던 가격에 거래되면서 작가가 처음으로 옥션의 주목을 받았다. 백인 소작농을 살해한 혐의로 자신의 두 아들과 함께 사형을 구형 받은 인물로서 미국 내 사회정의 운동의 아이콘이었던 흑인 여성인 로자 리 인그람(Rosa Lee Ingram)을 그린 <땅을 계승하게 되리라(Ye Shall Inherit The Earth)>(1953) 드로잉은 주제 만큼이나 크기도 매우 인상적으로 거대하다. 이 작품은 예상판매가인 50만 달러에 훨씬 웃도는 1.76백만 달러(한화 약 206,008만 원)[각주:9]에 거래되었다.




4.

마샬이나 화이트의 높은 판매 실적은 미술품시장 내에서 유색인종 작가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마찬가지로 노먼 루이스(Norman Lewis, 1909 - 1979)<Ritual>(1962)2.78백만 달러(한화 약 325,399만 원)[각주:10]에 거래하며 자신의 옥션 최고가를 기록하였고,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 역시 처음으로 크리스티 경매(거래가 7.54백만 달러), 소더비 경매(거래가 5.8백만 달러) 모두에서 강세를 보였다. 또한 지난 10월 런던 필립스 경매에서도 흑인 작가인 시몬 레이(Simone Leigh)가 예상 판매가보다 3배 정도 비싸게 작품을 거래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술품 딜러인 크리스토프 반 데 베게(Christophe Van de Weghe)현재 미국에서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미술품이 가장 인기 있는 작품들이다. 경매사들은 늘 좋은 작품을 찾고자 애써왔지만, 컬렉터들은 자신들이 지닌 가치 있는 작품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이 유행은 경매사들이 나서 좋은 작품을 찾아내고, 새로운 유행을 선도한 것이다. 이 작품들은 엄청난 속도로 팔려나가는 것이다"고 말하며 유색인종 작가들의 유행이 형성된 데에는 옥션 하우스의 영향이 크다는 점을 시사하였다.


새로운 작가들에 대한 발견과 함께 여전히 시장에서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수요는 매우 높았다. 뉴욕의 미술품 딜러 밥 므누친(Bob Mnuchin)에 의해 처음으로 경매에 나온 윌렘 드 쿠닝의 대형 추상화 <Untitled XXII>를 비롯해, 클리포드 스틸(Clyfford Still, 1904 - 1980), 마크 로스코(Mark Rothko)로 구성된 세 점의 추상작품은 아시아인 응찰자들에게 낙찰되었다. 마찬가지로 1970년부터 시장에 나온 적 없었던 클리포드 스틸의 <PH-399>(1946)15분간 벌어진 3인의 뜨거운 전화경매를 통해, 쿠닝의 작품을 구입한 딜러에게 24.3백만 달러(한화 약 2843,952만 원)[각주:11]에 거래되었다.




5.

올 가을, 현대미술품 경매에서 소더비와 크리스티 두 옥션 하우스가 얻은 결과의 차이는 경매사가 시즌별로 어떻게 판매작품들을 구성해야 하는지의 문제와 관련된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 소더비의 현대미술품 경매는 4일 내내 호황을 이루었고, 전체 거래의 70퍼센트 이상이 예상최저가를 웃돌았던 반면, 크리스티는 40퍼센트 이상을 최저가에 못 미치는 금액에 거래하였다. 미술품 구매 어드바이저인 낸시 화이트(Nancy Whyte)“[소더비가] 현대미술품 경매 전반에서 아마 더 흥미로운 구성을 보여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근대미술에 비해 동시대 미술품이 상대적인 호황을 누리는 것에 대해 뉴욕에서 활동하는 미술품 구매 어드바이저인 프랜시스 비티(Frances Beatty)지금은 모두가 약간 우려하는 상황이다. 미술은 사기는 쉽지만 되파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아트넷(Artnet)2019년도 가을 미술시장 레포트에는 이러한 최근의 경향을 보여주는 일례가 실려 있다.[각주:12] 2019년도 상반기 카우스(KAWS)와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의 전체 거래가를 살펴보면 카우스가 76십만 달러로, 656십만 달러를 기록한 바스키아에 비해 더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어찌되었건 이번 한 주는 기술 주식만큼이나 변덕스럽고, ‘미국 국채(United States Treasury bonds) 만큼이나 믿음직한미술시장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 시장의 예측불가능성을 다시 한 번 일러주었다. 런던의 미술품 구매 어드바이저인 휴고 네이선(Hugo Nathan)“[미술품시장은] 여전히 견고한 시장이다. 거품은 없고, 흥분도 없지만 강한 판매결과들이 남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옥션 하우스들은 자신이 가진 것으로 할 수 있는 것을 해냈다. 이번 경매에서 보인 새로운 유행과 패턴들은 앞으로 1~2년 간은 지속될 수도 있다고 말하며, 이번 가을 경매에 대해 분석했다.







  1.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 소르본 4대학 재학). 이 소식의 출처는 Scott Reyburn, Robin Pogrebin, ‘For Auctions, It’s ‘No Froth,’ but ‘Steady.’ That’s the New Normal.’,「New York Times」, 2019.11.15. https://www.nytimes.com/2019/11/15/arts/design/for-auctions-its-no-froth-but-steady-thats-the-new-normal.html [본문으로]
  2. 한화는 2019년 6월 17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3. 한화는 2019년 11월 19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4. 한화는 2019년 11월 12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5. 한화는 2019년 11월 14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6. 한화는 2019년 11월 14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7. 한화는 2018년 5월 16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8. 한화는 2019년 11월 14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9. 한화는 2019년 11월 14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10. 한화는 2019년 11월 14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11. 한화는 2019년 11월 14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12. 해당 레포트는 다음의 링크에서 내려 받을 수 있다. http://artnet.com/artnet-intelligence-report/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