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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술시장/2020

과장인가, 다가올 미래인가? - 미술과 문화 중심지로서의 명성의 기로에 놓인 베를린

과장인가, 다가올 미래인가? - 미술과 문화 중심지로서의 명성의 기로에 놓인 베를린[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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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매체에서 베를린아트씬'의 명성이 위기에 놓였다고 전하고 있다. 지난 봄, 독일의 일간지 <디 벨트(Die Welt)>는 베를린을쇠퇴하는 미술 대도시(art metropolis in decline)”라고 호명했는가 하면, 미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inancial Times)>는 베를린 미술계의 현상황을 두고 이들이작별을 고했다(said goodbye)”라고 표현하였다[각주:2]. 이와 같은 위기 선언은 명망 있는 3인의 컬렉터, 줄리아 스토쉑(Julia Stoschek), 토마스 올브리히트(Thomas Olbricht), 프레드리히 크리스챤 플릭(Friedlich Christian Flick)이 베를린을 떠나면서 점차 가시화되었다. 미술과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베를린의 지위는 이미 올해 초부터 의심을 받고 있었다. 2019 12, 아트 베를린 페어(Art Berlin)가 취소되었으며, 올해 2월에는 초대형 갤러리인 블레인 서던(Blain Southern)이 베를린에 위치한 전시공간을 폐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의 수도인 베를린은 1989,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시작으로 2010년 초반, 임대료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하기 전까지 다른 유럽 국가의 중심지에 비해 비교적으로 저렴한 생활 물가로 많은 유럽의 젊은이들 및 미술인들을 끌어들였고, 덕분에 베를린은 매우 다양한 실험적인 시도와 쾌락주의적 문화 양식이 생동하는 도시로 거듭났다. 이때 베를린으로 옮겨온 이들 중에는 1992, 이곳에 자리를 잡은 갤러리스트 에스더 쉬퍼(Esther Schipper), 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 등이 있다. 한때 매우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준 큐레이터 쉬퍼는 현재 글로벌 미술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갤러리스트이며, 엘리아슨, 슈타이얼, 사라세노 역시 이제는 미술계의 초대형 스타들이다.


갤러리스트인 필로멘 메이거스(Philomene Magers)는 인터뷰에서여전히 베를린에는 뛰어난 미술가들이 많이 살고 있다", “이곳의 모든 것이 끝났다고 말할 순 없다"고 말했다. 8 22일부터 스프뤼스 메이거스(Sprueth Magers) 갤러리에서 열리는 <지역의 재능들(Local Talent)>전은 이와 같은 베를린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전하는 소식들에 직접적으로 전하는 답신인 셈이다. 스프뤼스 메이거스 갤러리의 두 갤러리스트인 메이거스와 모니카 스프뤼스(Monika Sprueth)는 미술가인 토마스 디맨드(Thomas Demand)에게 기획을 맡기고, 베를린에서 거주하거나 작업하는 작가들을 불러 모을 것을 부탁하였다. 이 전시에는 총 25점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며, 이 중에는 올라퍼 엘리아슨, 타시타 딘(Tacita Dean), 토마스 스트루스(Thomas Struth) 등의 유명 작가들이 포함되었으며, 젊은 작가들도 다수 선보인다.


베를린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온 5,000명이 넘는 시각미술 작가들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각주:3]. 비록 잘 알려진 미술계의 기관과 전문가들이 도시를 떠난다고 해도 여전히 300개 이상의 갤러리가 운영 중이며, 코로나바이러스의 유행 이전에는 매일 밤마다 미술과 관련된 행사들이 진행되고 있었다. 개최가 연기되었던 베를린 비엔날레는 오는 9 5, 행사장의 문을 열 예정이며, 갤러리 주간에는 50개 이상의 베를린 내 갤러리들과 국제적인 미술품 컬렉터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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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현지의 상황을 두고 베를린 시의 정책입안자들을 비판하기도 한다. 이들은 입을 모아 베를린 시가 전시장소에 대한 임대료 제한 정책을 갖추지 못하면서, 동시대 미술의아트씬'을 유지 및 강화하기 위한 견고한 제도적 기반의 구축에 실패했다고 말한다. 정치인이자 베를린 문화정책 설립의 주요인물인 클라우스 레데러(Klaus Lederer)에 따르면, 2016년 이래로 베를린의 문화정책은 프라이빗 컬렉터들의 미술품 구매에 너무 많은 부분을 의지해왔으며, 미술관이 새로운 작품을 구입 및 유치하는 데에 할당된 금액은 여전히 너무 낮게 책정되어 있다. 시립 미술관들이 처한 어려움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5, 루드비히 미에스 반 데어 로허(Ludwig Mies van der Rohe)가 재건설을 맡은 새로운 국립 미술관의 재개장은 연기된 상황이며, 베를린 시내 중심에 건설 중인 훔볼트 포럼(Humbold Forum)의 개관 역시 예정보다 미뤄지고 있다.


상황은 사설 전시장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컬렉터들이 작품 구매과정과 관련된 행정에 대한 불만을 표현했다. 스토쉑이 베를린에 머물며 자신의 비디오 작업을 공개하기도 했던 아틀리에의 임대차 계약은 2022년 만기된다. 향후 이 빌딩은 개조보수 공사를 거칠 예정이라고 알려진다. 그런가하면 2010년부터 역시 베를린에서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해온 올브리히트는 서독의 에센(Essen) 지방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으며, 함부르거 반호프 미술관(Hamburger Bahnhof) 내부에 플릭의 컬렉션 1,500점을 전시하는 공간은 철거되기로 예정되었다. 플릭은 내년 이 미술품들을 스위스로 가져가기로 했다.


레더러는 인터뷰에서 과거 정책들의 실수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며 이제부터라도 베를린의 도시 정체성을 구성하는 주요한 부분인아트씬'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한 단계들을 밟아나갈 것이라 밝혔다. 그는 이미 낮은 가격에 미술가에게 대여할 수 있는 1,400여개의 아틀리에 공간을 확보하였다고 밝혔으며, 또한 팬더믹에 의한 도시 봉쇄기간 동안 예술가에게 약 5,000유로(한화 약 701만 원)[각주:4]를 지원하는 정책 또한 자신이 구상하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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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컬렉터들이 베를린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컬렉터들이 운영하는 동시대 미술 전시 공간인 플로엔툼(Fleuntum), 그리고 킨들 센터(Kindl Center for Contemporary Art)는 오는 9월부터 새로운 전시들을 선보이기로 결정하였다. 베를린에서 가장 잘 알려진 미술품 구매상이자 2008년부터 세계2차대전 당시 벙커로 사용하던 공간에 자신들의 컬렉션을 전시해온 인 크리스티안과 카렌 보로스(Christian Boros, Karen Boros)는 베를린에서 가장 상징적인 테크노 클럽인 베르크하인(Berghain)과의 협업을 통해 오는 9 9일부터 <스튜디오 베를린(Studio Berlin)>이라는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전시기간 동안 이 동굴 안 같은 클럽은 80인의 베를린 출신 미술가들의 작업 전시장으로 탈바꿈한다. 이 유명한 클럽의 역사상 처음으로 방문객들은 까다로운 문지기들을 거치지 않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역의 재능들 전의 기획을 맡은 작가 디맨드는 인터뷰에서 이번 전시를 통해작은 규모이긴 하지만, 베를린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우리는 여전히 여기에 있고, 여전히 이곳에서 작업하고 있다. 계속해 같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지만 각자만의 해결책들을 가지고 버텨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가하면 레더러는베를린의 아트씬에 대해서는 언제나 상반된 두 가지 견해가 공존해왔다한편으로는 모든 것이 화려하고, 우리가 지원과 응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에는 또한 베를린의 미술계가 거의 재앙에 가까운 엉망진창 상태(mess)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레더러는 3인의 유명 컬렉터가 베를린을 떠나기로 밝히면서모두가 베를린의 종말을 선고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이지만 그건 말도 안 된다(non-sense)”라고 말한다.


스토쉑은 이메일에서 전시공간의 임대차 계약이 끝나더라도 작품들을 모두 다른 곳으로 가져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팬더믹에 따른 악조건이 개선되는 것을 우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한 도시를 매력적이게 만드는 건 정치나 행정이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발산하는 끊임없는 에너지이다라고 말하며, 조만간 베를린의, 과거의 베를린과는 다를지라도, 또 다른 모습의 예술 및 문화 중심도시로 다가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1.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 소르본 4대학 재학). 이 소식의 출처는 Kimberly Bradley, ‘Berlin’s Art Scene: Are Reports of Its Death Exaggerated?', 「New York Times」, 2020.8.17. https://www.nytimes.com/2020/08/12/arts/design/berlin-art-scene.html [본문으로]
  2. 각 기사는 차례대로 다음의 링크에서 읽을 수 있다. https://www.welt.de/kultur/kunst/plus207955879/Kunstmetropole-im-Niedergang-Ist-Berlin-noch-zu-retten.html / https://www.ft.com/content/b2f6e6e8-b481-11ea-8ecb-0994e384dffe [본문으로]
  3. 베를린 시 기관 발표에 따른 것으로, 해당 정보는 다음의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projektzukunft.berlin.de/themen/kunstmarkt [본문으로]
  4. 한화는 2020년 8월 17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