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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만머핀 갤러리(Lehmann Maupin) 서울 지점의 빌리 차일디쉬(Billy Childish)의 회화 전시 오프닝에서 서울의 한 컬렉터인 패션 림(Passion Lim)은 “완전히 예전 같다고 할 순 없지만,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시작점에 왔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에 온 관객들의 반 이상이 마스크를 하고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이 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강타하기 이전 여느 갤러리의 오프닝 모습과 닮아 있었다. 한국의 미술시장이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 이전으로 조금씩 돌아가는 모습은 거의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이다. 아직 전 세계 많은 나라의 갤러리, 미술관 및 박물관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언제 다시 개장할 수 있을지 막막해하는 중이다. 그리고 현재 1천 만 명의 대도시 서울에서는 전염병 이후의 미술계가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림씨는 이전 날에만 갤러리가 모여 있는 삼청동 지역에서 세 곳의 갤러리 오프닝에 다녀왔다고 말했다. 2월부터 재택근무 중인 그는 갤러리 안의 50여 명 정도 되는 관객들 사이를 지나오며 정부의 바이러스 대응 정책을 신뢰하므로 군중들 사이에 있는 것이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 정부는 N95 등급의 마스크를 사람들에게 공급하며 광범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감염 의심자로부터 접촉자를 빠르게 격리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번 오프닝 행사에서는 갤러리의 안내원이 모든 방문객의 이름, 주소, 휴대전화 번호를 주의 깊게 기록하였다. 혹시라도 감염자가 생길 경우를 대비하는 방책인 것이다.
리만머핀 갤러리 뉴욕 본점에서는 공동운영자인 레이첼 리만(Rachel Lehmann)은 현재 미술시장의 역동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말을 시작했다. 리만 모핀의 홍콩 지점의 경우 운영을 재개했지만, 맨해튼 지점들은 3월 13일, 폐쇄부터 지금까지 계속 운영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리만은 수익이 크게 줄면서 직원들에 대한 임금 삭감과 해고를 피할 수 없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미술시장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리만은 이번 위기도 곧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였다. 그는 특히 “아시아는 벌써 다시 도약을 준비 중”이라며, 2017년 개장한 리만머핀 갤러리 서울 분점을 예로 들었다. 개장 약 2년 만에 서울 지점에서의 매출은 리만머핀 갤러리의 총 수익의 20-25퍼센트를 담당하고 있다. 리만은 서울의 부유한 컬렉터들은 다시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리만머핀 갤러리는 수 년 전부터 뉴욕에서 이불, 서세옥과 같은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그들을 지원 중이다. 현재는 서울 내에 동시대 미술품 컬렉터의 수가 크게 늘면서 보다 대중적인 작가들의 발굴에 애쓰고 있다.
리만머핀 갤러리와 비슷한 규모로 파리와 뉴욕에 기반을 두고 있는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와 페로탱 갤러리(Perrotin Gallery) 역시 서울 지점을 오픈하였다. 최근 로스엔젤레스의 VSF(Various Small Fires)도 서울 지점을 개관하였다. 이들은 모두 한국 동시대 미술 컬렉터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로컬 갤러리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리만머핀 갤러리가 이번에 선보이는 빌리 차일디쉬의 회화작 7점 중 4점이 이미 오프닝 행사 중에 3인의 컬렉터에게 각각 약 24,000달러(한화 약 2,942만 원) 2에서 33,000달러(한화 약 4,046만 원) 사이에 거래되었다. 이중 1인은 미국에 사는 컬렉터로 밝혀졌다(차일디쉬의 경매 기록은 2018년 크리스티 경매에서의 거래가였던 56,250달러(한화 약 6,896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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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의 작가는 자신의 작품이 지구 반대편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영국 로체스터에 거주하는 작가는 1980년, 영국의 유명한 미술학교인 세인트 마틴스 미술학교(Saint Martins School of Art)에서 퇴학 당했던 사실을 상기하며 “40년이 걸린 성공”이라고 말했다. 차일디쉬는 개념주의에 반대하며 추상보다는 전통적인 구상의 중요성을 주창해왔으며, 미술이론 및 담론에 정체성 정치 담론을 포함시키는 것보다 노동자 계급을 중심으로 하는 급진주의를 다루어야 한다고 말하며 미술 교육인들과 불화를 일으키곤 했다. 그는 “제가 다른 작가들과 말하는 방식을 비롯해 제 전반적인 태도와 미술에 대한 견해 때문에 미술계 내에 절대로 자리잡을 수 없을 거라는 이야기를 들었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창작을 멈추지 않았으며, 테이트 모던 갤러리 바깥에서 미술계의 자유로운 진입을 막는 태도를 비판하는 시위를 벌이고 터너상 수상식에 나타났다가 끌려 나가기도 했다. 그런 그는 약 10여 년 전부터 미술계가 자신을 호의적으로 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늘 자신의 작품에 관심을 가졌던 큐레이터 매튜 히그스(Matthew Higgs)나 베를린의 딜러인 팀 노이거(Tim Neuger) 등이 사회적으로 명망을 얻으면서 벌어진 일일 것이라 추측했다. 미술계의 세태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해온 그는 현재의 위기상황을 거치며 미술계가 앞으로 연대를 비롯한 기본적 가치를 중시하게 될 거라는 몇몇 전문가들의 전망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3
마케터이자 컬렉터인 소지혜(Soh Ji-hye)는
“컬렉터에게는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라고 말했다. 소매업자인 박정미(Park Jung-mi)는 지난 1월부터 집에만 틀어박혀 있었다고 말하며
“오늘은 나오고 싶었다. 작품을 실제로 보는 건 온라인으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라고 말했다. 리만머핀 서울 지점의 수석디렉터인 손 엠마(Son Emma)는 현재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온라인 경매는 그렇게 효과적이지 않다며 이미 위기상황에서도 사업을 계속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었다. 그는 “환율이 나쁘지 않다"며 오히려 기뻐 보였다.
-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 소르본 4대학 재학). 이 소식의 출처는 Su-hyun Lee, Brett Sokol, ‘In Seoul, the Art World Gets Back to Business’, 「New York Times」, 2020.4.27. https://www.nytimes.com/2020/04/27/arts/design/seoul-art-world-virus-gallery.html?searchResultPosition=3 [본문으로]
- 한화는 2020년 4월 27일 최종고시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 아트 뉴스페이퍼’의 애나 브레디(Anna Brady)는 지난 3월 30일, 자신의 칼럼을 통해 전염병 유행 이후 미술계가 정상화가 된다면 그 정상화란 이전과 같은 ‘정상'은 아닐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칼럼에서 브레디는 전례없는 현 상황이 미술계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영역에 발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의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술계가 발전의 의의를 재고하고 거래의 속도를 늦추며, 미술계 구성원 사이의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험제도 및 지적재산권 등의 담론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 예측한다. Anna Brady, “Post-pandemic, the art market might return to ‘normal’ - but do we want it to? : Many in the art world see the impact of coronavirus as a chance to slow down the frenetic pace of global activity and rethink the whole system,” 『Art Newspaper』, 2020.3.30. https://www.theartnewspaper.com/analysis/art-market-coronavirus-system-change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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