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프랑스 가정집 주방에서 발견된 치마부에의 작품, 27백만 달러에 팔리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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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한 프랑스인 여성의 주방에 몇 년째 걸려 있던 작품이 1280년경 제작된 치마부에(Cimabue, 1272-1302년 사이 활동)의 작품으로 인정되었다. 이 작품은 지난 일요일(10월 27일), 프랑스 악테온(Actéon) 경매에서 26.8백만 달러(한화 약 314억 7,660만 원)에 거래되었다. 2 서명이 되어 있지 않은 10인치 크기의 템페라 패널에 그려진 그리스도에 대한 조롱(Mocking of Christ) 장면은, 서양 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치마부에의 초기 작품으로 분석된다. 작품은 4~6백만 유로 정도로 거래될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실제 경매를 통해 그보다 4배 이상 높은 금액인 2천4백2십만 유로에 거래된 것이다. 이 금액은 201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450백만 달러(한화 약 4,986억 원)에 거래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 이후로 유럽 거장 회화 부문 거래에서 최고가로 기록되었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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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경매에는 적어도 7명 이상이 침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구매자는 런던에서 활동하는 딜러인 파브리치오 모레티(Fabrizio Moretti)이다. 모레티는 경매 직후 인터뷰에서 “다른 컬렉터를 위해 대신 작품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은 지난 15년 사이에 이루어진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치마부에는 근대미술의 시초로서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작품을 손에 쥐었을 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모레티는 작품이 치마부에의 초기작이라는 점에 대해 매우 “확신(certain)”하고 있다고 밝히며, 작품 거래가가 “매우 비싸지만 그래도 적정했다(big, but fair)”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파리에서 북쪽, 콩피에뉴(Compiègne) 지역에서 사망한 프랑스인 여성의 유품을 정리하던 와중에 발견되었다. 그녀의 가족은 이 작품의 성화일 거라고 생각해 부엌 옆에 걸어두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가치를 직접 평가하였던 악테온 경매사의 필로멘느 볼프(Philomène Wolf)는 “이 작은 작품에 대해 매우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낀다”고 말하며, “나와 같은 직업을 가진 이들은, 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이 거장의 작품 앞에서 느끼게 되는 것임을 곧장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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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작품의 이전 소유자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가 없다. 악테온은 파리에서 활동하는 올드 마스터(old masters) 작품 전문가인 에릭 튀르캥(Eric Turquin)으로부터 자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튀르캥은 직접 작품의 경매과정에 참여하였다. 그에 따르면 이 패널은, 현재 뉴욕의 프릭 컬렉션(The Frick Collection) 소유의 그리스도의 태형(Flagellation of Christ)과, 런던 내셔널 갤러리(National Gallery) 소장품인 “두 천사들 사이에서 옥좌에 앉은 마리아와 아기 예수(Madonna and Child Enthroned Between Two Angels)”과 함께 13세기 제대화의 일부였을 것으로 보인다. 프릭 컬렉션은 해당 작품을 1950년 취득하였고, 내셔널 갤러리의 경우 2000년 소더비 경매에서 판매될 예정이었던 작품을 당사자간의 매매약정(private treaty)을 통해 7.2백만 파운드(약 1천 8십만 달러)로 구입하였다. 영국 동부 서포크(Suffolk)의 가정집에서 발견된 이 작품은 아트넷(Artnet)에 따르면 1천만 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파악되었다. 튀르캥은 악테온 경매의 사전 발표에서 이번에 발견된 치마부에의 작품이 본래 액자에 담겼던 흔적과 금 장식의 스타일이나 기법, 그리고 뒷면의 벌레 자국이 “이 패널이 두 폭 목판 제대화(diptych)의 왼편에 자리했을 것으로 추정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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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부에는 이탈리아의 구성회화에서 보다 자연스러운 양식을 구사한 선구자적 인물이다. 현재는 오직 12개의 패널만이 그의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모든 패널에는 서명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가장 유명한 패널은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Santa Croce)에 있는 “십자가에 못박히심(Crucifixion)”이다. 이 작품은 1966년, 홍수로 인해 심하게 훼손되었다. 치마부에는 1550년,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가 출간한 매우 영향력 있는 저서인 『뛰어난 화가 · 조각가 · 건축가의 생애』에 중요한 화가로서 소개되었다. 치마부에는 비잔틴 미술의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표현으로부터 벗어나 자연스러운 인물 묘사에 한발 앞서 나갔으며, 조토(Giotto. 1267년경~1337년) 이전에 회화의 부활을 불러온 첫 화가로서 평가된다.
*치마부에 작품에 대한 악테온 경매 당시의 편집영상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JN8HFXzfc18
-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 소르본 4대학 재학). 이 소식의 출처는 Scott Reyburn, ‘Cimabue Painting Discovered in French Kitchen Fetches Nearly $27 Million’,「New York Times」, 2019.10.27. https://www.nytimes.com/2019/10/27/arts/design/cimabue-painting-auction.html?searchResultPosition=26 [본문으로]
- 한화는 2019년 10월 25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 한화는 2017년 11월 15일의 공시 환율(매매기준율)을 적용하였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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