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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미술시장/2019

맥락의 붕괴를 넘어서 : 새로운 시대에 아트페어가 스스로 변혁하며 미술계를 강하게 할 수 있는 4가지 방법: 미술계를 지배하는 아트페어는 이제 자신과 갤러리들의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한..

맥락의 붕괴를 넘어서 : 새로운 시대에 아트페어가 스스로 변혁하며 미술계를 강하게 할 수 있는 4가지 방법: 미술계를 지배하는 아트페어는 이제 자신과 갤러리들의 생존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각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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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페어들의 목적과 그 실천의 내용이 서로 괴리를 일으키며, 대형 아트페어들이 맥락의 붕괴를 겪고 있다. 페어의 맥락이 붕괴된다는 것은 페어가 동시대 미술계의 다양한 실천 내용과 함의를 모두 내포하고자 하면서 그 규모를 너무 급히 성장시킬 때 벌어지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술계에서 미술가들과 소규모 갤러리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한 통로인 페어를 다만 과거의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으므로 이제 페어가 변혁하기 위한 방법들을 논의해야 할 때이다.


지난 몇 년간 유수 페어들은 백만 달러가 넘는 작품들을 벤치마크 세일즈(benchmark sales, 기준 판매대상)로 홍보하며 자신들의 시장가치를 부풀려왔다. 그러나 이런 세일즈는 이미 국제적으로 높은 명성을 지닌 미술가들이나 연간 판매액이 5천만 달러를 넘는 갤러리들에게만 이로운 것이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규모를 성장시키면서 페어 내부에는 일종의 계급제도(class system)가 자리 잡았고, 페어의 수입은 불균형적으로 분배된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맥락의 붕괴는, 다시 말해 흔히 페어가 지니고 있다고 생각되는 후광 효과(halo effect), 실제 페어가 이끌어내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사이에 간극이 생겨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페어가 갤러리들과 협업하고자 하는 컬렉터들을 한 자리에 모으고, 실제로 그들이 새로 진입한 갤러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페어가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페어가 이와 같은 네트워크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면 페어에 모여든 컬렉터들은 그들이 이미 알고 있는 갤러리들과만 계속해 작업하게 된다. 따라서 네트워크 효과를 생성하는 페어의 등장, 또는 개선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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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맥락이 풍부한 페어란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소개하고 만날 플랫폼으로서 기능하며, 또한 리서치에 기반을 둔 컬렉팅이 가능하도록 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라 본다. 다음은 페어의 개선을 위해 시도해야 할 네 가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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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페어의 주요한 테마를 설정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각각의 페어가 특정한 주제를 설정하여 자신이 불러들이고자 하는 컬렉터 군과 관객들에게 제공하고자 하는 경험의 종류를 차별화하는 것이다. 오늘날의 페어는 가고 싶은 곳이기 보다는 가지 않으면 안 될 곳에 가까워져버렸다. 이는 페어가 자신을 브랜딩(branding)하는 데에 급급할 뿐, 특정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페어가 주제와 집중할 대상을 간추리고 맥락을 강화한다면 컬렉터와 갤러리 모두에게 긍정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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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페어는 경험보다 데이터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페어는 사람, 경험, 판매수치에 대한 정보의 세 가지를 중심개념으로 갖는다. 페어가 새롭게 시장에 등장한 작품들을 부각시키고 역사적 오브제들의 내적 가치를 홍보하는 대신, 세일즈 내역을 수백 장으로 출판하며 각각의 거래내역 자체를 중시하는 데 그친다면 페어의 큰 그림은 상실된다.


페어는 우선 판매보다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에 중심을 맞추어야 한다. 이로부터 미술계에서 새로운 발견을 중시하는 환경을 창출하여야 하며, 결과적으로는 시장을 확대하는 기회를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


페어가 개별 판매보다는 경험을 중시한 일례로는 고대에서부터 근대미술까지를 넓게 다루는 유럽 순수미술 페어(European Fine Art Faire; TEFAF, 1년에 3차례 개최/그중 두 차례는 뉴욕에서 개최함)를 들 수 있다. 뉴욕에서 개최하는 TEFAF의 페어의 경우, 매번 100개 이하의 갤러리들이 참여하는데, 이와 같이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갤러리가 참여하다 보니, 대형 판매의 기회만을 노리는 페어들과 달리 이곳에서는 페어의 네트워크 효과와, 지역의 미술 커뮤니티를 경험하는 일이 중시되곤 한다. 그러나 TEFAF는 미술가와 갤러리를 성장시키는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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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로 페어는 참여 갤러리들에 대한 부스공간 판매, 또는 특별전 개최를 위시한 비용 요구를 통한 가시적 이윤의 창출보다 풍부한 맥락생성의 기회를 중시하여야 한다. 근래 페어에 대한 비판의 일부는 대형 갤러리들에게 필요 이상의 공간을 확충해주며, 결과적으로 부스 비용을 지불하기 어려운 영세 갤러리들의 참여를 제한한다는 점과 관련되었다. 이에 더불어 몇몇 페어들은 초청 기획자의 기획전을 꾸리고 특별전을 개최하거나, 전시장 바깥에 조각이나 설치미술을 전시하기도 하는데 영세 갤러리들에게는 페어의 이러한 행보가 미술계에 내재한 경제적 불평등을 강화하는 장치로 여겨질 수 있다. 페어는 우선적으로 갤러리들이 보다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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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각각의 페어는 미술품시장을 우선시할 것인지, 자신의 지역 커뮤니티를 우선시할 것인지를 결정하여야 한다. 아트페어가 마주한 가장 큰 문제는 규모와 관련된 것으로, 특히 규모를 확장시키려는 목적의 개혁을 시도하거나 갤러리와 협업할 시 아무런 준비 없이 뛰어드는 경우, 현존하는 미술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 25퍼센트의 유명 컬렉터들이 경우, 뉴욕에 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는데, 따라서 뉴욕에는 이미 준비된 시장이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단순히 고액 거래가 이루어지기 쉬운 시장을 파악하여 페어를 계획하는 것보다는 페어가 갤러리와의 협업을 통해 지역 미술 생태계의 생동성을 확충할 수 있다는 기회라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1. 이 보고서는 글로벌 시장에 관해 보도된 소식을 발췌 및 요약 정리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해당 출처를 참고할 것. 소식의 자료 제공 및 원문 번역자는 박정선(파리4대학 석사과정). 이 소식의 출처는 Elizabeth Dee, ‘Beyond Context Collapse: 4 Things Fairs Can Do to Differentiate Themselves—and Strengthen the Art World in the Process’, 「Artnet news」, 2019.8.28. https://news.artnet.com/market/art-fairs-elizabeth-dee-1637368 [본문으로]